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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와 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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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erby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3-25 13:27 조회1,7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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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장공 휘 응주를 칭함에 있어서 시조(始祖)가 맞느냐 선조(先祖)가 맞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듯합니다. 양측의 의견이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어 간단히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잘못이라고 판가름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우선 다음 사항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1. 언어는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변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낱말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발음도 변하고 의미도 변합니다.
2. 이러한 변화는 어느 특정 개인(또는 집단)이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됩니다.
3. 언어는 언어대중(언중) 속에서 사용되는 공기(公器)이므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발음과 의미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어느 특정 개인(또는 집단)이 자기(네)만의 특별한 발음/의미로 사용하게 되면 그것은 은어(隱語)가 되는 것이며 통상적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始祖는 무언가를 처음 시작한 사람을 지칭하므로 유일성(唯一性)이 전제되는 반면 先祖는 "먼 대의 조상"을 의미하므로 유일성이 전제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한국인들이 교육을 통해 가르치고 배우는 의미이며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국어 사전에도 이러한 의미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통상적 의미에서 볼 때 호장공을 시조로 칭할 것이냐 선조로 칭할 것이냐 하는 것인데 사실 좀 애매한 경우입니다. 가령 혁거세왕을 박씨의 시조라고 칭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최초의 박씨이까 말입니다. 그런데 호장공은 무엇의 최초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과연 반남박씨의 최초이다 라고 단언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혁거세왕이야 그 이전에 박씨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적어도 우리가 그렇게 믿고 있음) 최초의 박씨(시조)임이 분명하지만 호장공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즉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무언가를 최초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또는 어떤 공로 등으로 인하여 나라(임금)로부터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우리가 호장공을 최초의 반남박씨로 보는 것은 4세 밀직공(휘 수)의 계축 호적에 근거한 것이며 그 이전 계보를 추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따라서 호장공을 반남박씨의 "시조"라고 칭하기에는 약간 망서려질 수도 있습니다. (가령 깊은 연구를 통해서 호장공 윗대를 추적하게 된다면 당연히 시조라는 호칭은 해당이 안되겠지요. 이 점이 혁거세왕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결과로만 본다면 우리 반남박씨의 최초의 조상은 호장공이므로 반남박씨의 "시조"라고 칭하는 것이 전혀 터무니 없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예기의 정의에 따라 "선조"로 개칭했다는 기록도 상당히 의미있는 근거가 될 수 있으나 지금 우리의 언어가 굳이 예기를 따르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러버린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호장공을 "반남박씨의 시조"라고 칭한다 해도 크게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24세 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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