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증직될 때 妻가 '살아있으면 告身, 죽었으면 追贈'이다

宗緖(반성부원군파)

서울 근교 지역에는 수많은 왕릉과 신하들의 무덤이 산재해 있다. 그 많은 무덤에는 묘비 또는 묘표가 세워져 있는데, 누구의 무덤인 지를 밝혀주고 있다. 벼슬한 사람의 묘비는 階.司.職.으로 적는데, 이조판서라면 품계(資憲大夫)와 근무처(吏曺) 직책(判書)을 적고, (시호를 받았으면 贈諡○○), 본관 성씨와 이름을 적고, 옆줄에는 부인의 외명부 품계(貞夫人), 본관 성씨를 적어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편이 사후에 추증 된 경우 贈품계와 관직을 적어 놓는데, 그의 妻가 살아있으면 告身(爲○○夫人) 교지를 받고, 妻도 죽었으면 追贈(贈○○夫人) 교지를 받으므로 묘비에도 爲와 贈을 구분하여 적어놓는다(爲는 생략한다)

   (좌)贈참정 남양 홍종석             (우)영의정 안동 김수흥 

일반적으로 ① '남편의 품계에 따라 부인은 자동으로 외명부 품계를 적용한다'거나 ② '남편이 죽은 후 증직으로 벼슬을 받으면, 그의 아내는 자동적으로 외명부 품계를 적용한다'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경국대전에 따르면, 남편이 벼슬을 하여 품계가 1품~4품이 되면 왕으로부터 교지를 받으며, 그의 정실부인도 남편의 품계에 맞는 외명부 품계가 적힌 교지(告身)를 받는다(죽은 부인은 追贈교지) 

     (좌) 동중추 강덕상의 어머니 贈정부인 김씨                 (우) 동중추 강덕상의 아내 爲정부인 배씨 

또한 남편이 죽은 후 추증 교지를 받으면, 그 처도 남편의 품계에 맞는 추증 교지를 별도로 받는다. 다만 그 처가 살아있으면 告身(爲품계)을 받게 된다. 반대로 효부 또는 열부가 있어서 부인의 품계를 추증할 때, 남편의 품계가 부인보다 낮으면 부인에 맞춰서 남편도 추증했다.(왕조실록 정조13년1월11일)

1. 경국대전 [經國大典 - 吏典]

(1) 外名婦 : 封爵, 從夫職。庶孼及再嫁者勿封, 改嫁者追奪。王妃母ㆍ世子女及宗親二品以上妻, 竝用邑號。

외명부 : 봉작은 남편의 직급을 따른다. 서녀 얼녀 및 재혼한 여자는 주지 않으며, 개가(과부의 재혼)한 여자는 봉작을 빼앗는다. 왕비의 어머니ㆍ세자의 딸 및 종친 2품 이상의 아내는 고을 이름을 병용 한다.

(2) 追贈 : 宗親及文ㆍ武官實職二品以上, 追贈三代​。父母准己品, 祖父母ㆍ曾祖父母, 各遞降一等。亡妻 從夫職

추증 : 종친 및 문무관 실직 2품 이상은 3대를 추증 한다. 부모는 본인의 품계에 준하고, 조부모ㆍ증조부모는 각각 차례로 1등급씩 내린다. 죽은 처는 남편의 직급을 따른다.

​외명부는 내명부와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왕실 밖의 여자들에 대한 품계를 정하는 것이다.

① 왕의 딸은 無品이고, 공주 남편 尉는 종1품, 옹주 남편 尉는 종2품부터

② 왕세자의 딸 군주는 정2품이고, 군주 남편 副尉는 정3품부터 시작한다.

③ 종친의 처에 대한 품계는 부부인-군부인-현부인-신부인-신인-혜인...

④ 문무관의 처에 대한 품계는 정경부인-정부인-숙부인-숙인-영인...

추증 조에서 '망처 종부직' 즉 '죽은 처는 남편의 직급을 따른다'는 말은 남편의 품계를 따른다는 말이며, 贈職이냐 實職이냐를 따른 다는 말이 아니다. 즉, 남편의 贈職 당시에 처가 살아있나? 죽었나? 만을 구분할 뿐이다. 살아있어서 '爲정경부인' 교지를 받은 처는 죽은 후에도 '정경부인'이지 '贈정경부인'이 아니다. ‘정경부인 ○씨 贈정경부인者’라고 쓰인 교지는 없다.(교지에 爲~라고 쓴 것은 ~으로 삼는다. ~으로 임명한다는 뜻이다)

2. 조선시대 임명문서 연구논문 참고

아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류지영 박사가 쓴 '조선시대 임명문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눈여겨봐야 할 곳은

(1) 위 논문 47쪽에 “조선시대 추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文武官 종2품 實職 이상자의 3대(부모, 조부모, 증조부모)였으므로 추증교지에서는 추증의 원인을 제공한 관직자와 그 관직 또 그 원인 자와 추증을 받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어떠한지가 표시되어야 했다.”

(2) 위 논문 48쪽에 "이때 추증을 받는 자의 성명과 추증된 관계 관직의 사이에는 贈이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서 贈은 죽은 자를 따라서 높인다는 의미에서 쓴 말이다. 곧 임명장에서 贈자가 쓰였다면 반드시 죽은 사람에게 내린 것이 된다"

(3) 위 논문 50쪽의 "경국대전 吏典의 追贈條에는 亡妻의 從夫職을 언급함으로써 망처의 종부직이 추증에 속함을 제시하였다. 부인의 봉작에 있어서는 살아 있을 때는 告身이요, 죽은 후에는 追贈이 되는 것이다." 부분이다.

3. 고문서 전문가의 답변

아래는 한국국학진흥원 고문서 담당 최연숙 박사에게 추증 교지 관련해서 질문하여 그에 대한 답변과 함께 참고용으로 받은 교지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류지영 박사의 논문과 동일한 내용으로 남편이 죽은 후 추증될 때, 그 부인도 죽었으면 남편과 동일하게 贈○夫人의 교지가 내려지고, 부인이 살아 있으면 爲○夫人의 교지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답변은 묘지 답사 전문 블로거인 '정발산 터줏대감'은 물론,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 이은진 박사에게서도 같은 대답을 들었다.

     (좌)贈이조참판 신지제의 처 爲정부인 조씨 (우)贈병조참판 하경호의 처 爲정부인 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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