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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가려진 勇將 약창공 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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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박한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06-10 16:44 조회4,904회 댓글0건

본문

가려진 勇將 葯窓公 朴燁.

  순리적 절차가 아니고 쿠테타라는 물리적 방법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 많은 사람이 다치게 되는 것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마찬가지다. 그중에는 정권 담당자와 더불어 그만한 공동의 책임을 져야 마땅한 사람도 있지만, 어처구니없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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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光海君 때 사람, 박엽朴燁은 탁월한 재주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광해군의 동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임금의 몰락과 함께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는데, 그의 죽음이 본인 한 사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나라의 환난으로 이어 졌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엽은 어릴 적부터 기운이 장사여서, 오줌을 눌 때 아랫배에 힘을 주면 오줌발이 지붕을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글을 읽은 뒤부터 사서삼경에 능통할 뿐 아니라 천문과 지리와 병서까지 두루 꿰뚫었고, 술수에도 조예가 깊어 축지법으로 하루에 수백 리를 바람같이 달릴 수 있었다.

박엽은 일찍이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차차 오르다가 광해군 5년에 평양감사로 나아갔는데, 그가 관서지방을 다스리는 동안 그 위엄이 평안도 한 곳에만 펼쳐진 것이 아니라 만주에까지 떠르르하여 오랑캐들도 은근히 무서워하게 되었다.

그의 감사 재직 기간만 해도 10여 년이나 되었는데, 조정에서 그처럼 오랫동안 평안도 한 곳을 맡긴 것은 만주 오랑캐의 기세가 심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주 우리의 국경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박엽이 국방의 최적임자였던 셈이다.

당시 만주의 오랑캐 중에 누르하치라는 영웅이 나타나 다른 부족들을 차츰 정복하여 세력을 불리다가 마침내 금나라를 세웠으며, 곧이어 청나라로 국호를 고치고 태조太祖가 되었다.

청 태조淸太祖는 머잖아 나라를 쓰러트리고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야심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러자니 배후의 조선이 신경 쓰였다. 조선은 오랫동안 나라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니 만큼, 자기들이 나라와 싸우게 되는 경우 협공 당하지는 않을까 염려되었던 것이다그러다 보니 조선朝鮮과 청나라 사이에는 견제와 경계의 미묘한 기류가 흐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여봐라! 호방비장戶房裨將을 불러라
어느 날 밤, 자다 말고 일어난 박엽의 느닷없는 호령이었다.
밤중에 급한 부름을 받은 호방비장이 선화당宣化堂에 당도하자 박엽은 뜻밖의 지시를 했다.
날이 밝는 대로 급히 쓸 것이니, 술과 안주를 잘 장만하여 멀리 가져가기 평하도록 꾸려 두게

호방비장은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감히 불평하지 못하고 물러나와 지시대로 부랴부랴 술과 안주를 만들었다.

이윽고 아침이 되어 호방비장이 술과 찬합을 갖다 바치자, 박엽은 여러 비장들 중에서도 제일 튼튼하고 영리한 사람을 불러 조용히 말했다.
이 술과 안주를 가지고 곧장 중화 고울 매지 고개로 가거라.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건장한 두 사내가 지나갈 것이다. 그러면 그 사내들한테 이것을 대접하여 너희들이 국경을 넘어와 함부로 돌아다니는 줄 아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냉큼 돌아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리라. 고생이 심했을 것이므로 이 음식을 대접하니 돌아가서 너희 주인더러 엉뚱한 마음먹지 말라고 하여라.’ 하고 단단히 일러서 보내어라, 알겠느냐?”
예 분부 알아 모시겠습니다.”
절을 하고 물러나오기는 하였으나, 비장은 속으로 이것이 무슨 미친 짓인가 싶었다.
그러나 사또의 명령이니만큼 군말 없이 시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목적지인 매지 고개에 다다른 비장은 말을 길가의 나무 매놓고 넓적한 바위위에 올라 않아 땀을 식혔다.

아무리 감사도 어른의 재주가 영민하다 하지만, 이런 얼토당토않은 노릇이 있나, 아무래도 내가 덕분에 잘 먹고 잘 취해서 산놀이 잘하고 가게 되나 보다.‘

비장이 이런 생각을 하며 무료하게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문득 고개 아래쪽으로부터 인기척이 들려왔다. 긴장하여 바라보니, 이윽고 괴나리봇짐을 지고 지팡이를 끌며 올라오는 두 사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과연 두 사내 다 건강한 체격에 우락부락한 인상이었다.
옳거니! 저놈들이구나.” 비장은 박엽의 신통술에 찬탄을 금치 못하며, “여보시오, 나 좀 봅시다.” 하고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말을 붙였다.
왜 그러시오.” “여기 술과 안주가 있으니, 올라와서 자시고 가는 것이 어떠하시오?”
두 사내는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처다 보더니, 두말없이 바위위로 올라왔다. 목마르고 출출한 판이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비장은 술을 부어주고 안주를 대접하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평양감영의 구실아치이고, 이 술과 안주는 우리 감사또 어른이 보내신 것이라오. 나더러 노형 두 분을 기다렸다가 대접 하라고 지시하셨소.”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분이 국경을 넘어 염탐하고 돌아다니는 줄을 아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오. 붙잡아서 당장 요절을 낼 판이지만, 특히 우리 감사또 어른은 생각이 깊은 분이라 이런 호의를 베풀어서 나더러 잘 타이르라고 하십디다. 돌아가거든 당신네 주인한테 똑똑히 이르시오, 우리나라에는 박엽 감사또 어른과 같은 이인재사가 수두룩하니 엉뚱한 야망으로 노략질하여 화근을 만들지 말라고 말이오. 노형들은 이 술과 안주를 자시고 한달음에 돌아가도록 하시오. 괜히 어정거리다가는 목이 열 개라도 모자랄 테니.”

두 사내는 넓죽 엎드려 비장에게 절을 하며 한 마디씩 했다.
그렇게 선처해 주시니 그 은혜가 하늘과 같습니다.”
박엽 어른이 듣던 바와 같이 참으로 대단한 분인 줄 이제 똑똑히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술과 안주를 채 비우지도 못하고 허둥지둥 달아나고 말았다.
우리 감사또 어른은 참으로 귀신이 구나비장은 탄복해 마지않으며 돌아와 그 경위를 보고했다.

그랬느냐 수고가 많았다.”
그 두 사내의 정체는 무엇이며, 감사또께서는 그들이 그곳을 지나갈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것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박엽은 빙그레 웃기만 했는데, 비장이 고개에서 만난 두 사내는 바로 청 태조의 용맹스런 장수인 용골대와 마부대였다. 두 사람은 그 후 병자호란 때 선봉이 되어 우리나라에 쳐들어 왔거니와, 전쟁에 대비하여 청 태조의 밀명을 받고 미리 조선의 산천지리를 미리 조사하고, 나라 안 사정을 염탐할 목적으로 들어 왔다가 박엽에게 걸려든 것이었다.

자기 나라에 돌아간 용골대와 마부대는 청 태조에게 자초지종을 보고한 다음,
박엽은 천하에 둘도 없는 이인이요 무서운 장수이므로 경계해야 합니다.” 하고 충언을 올렸다.
아하! 조선에 그 같은 인물이 있는 이상 함부로 범할 수 없구나.” 청 태조는 탄식해 마지않았다.

 

어느 날 밤, 박엽은 수청 드는 기생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너 지금 나를 따라가서 좋은 구경을 해보겠느냐?”
좋습니다. 가고말고요.”
그러면 따라 나서 거라.”

기생을 가만히 데리고 나간 박엽은 마구간에서 자기의 애마를 끌어내었다
.
그러고는 기생의 눈을 수건으로 가린 다음 말에 태우고, 자기도 올라타서 두 몸뚱이를 피륙으로 둘둘 말아 묶었다.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말이 내닫는데,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기생의 귀에는 세찬 바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얼마를 그렇게 달렸을까, 마침내 박엽은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추고 기생의 몸을 피륙과 수건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기생이 둘러보니, 달빛아래 무수한 군막이 끝이 어딘지 모르게 펼쳐져 있는데, 박엽은 그 중에서 가장 큰 군막 안으로 기생을 데리고 들어갔다.
군막 안에는 교탁을 사이에 두고 의자만 두 개 놓여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여기가 대관절 어디입니까?” 기생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묻자, 박엽은 싱긋이 웃었다.
차차 알게 될 것이니, 우선 저 장막 뒤에 숨어라.” 기생은 영문도 모르는 채 시키는 대로 했다.

잠시 후,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나더니 장막 밖에서 멈추었다. 한 무리의 기마대가 들이닥친 것이다.
뒤이어 한 장수가 군막 안에 들어서는데, 키가 여덟 자나 되고 몸집이 황소 같았으며, 붉은 갑옷을 입었고 손에는 보검을 들고 있었다. 그 장수는 박엽을 보자마자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 과연 와주었구나.”
대장부가 어찌 약속을 어기겠나.”
여러 말 필요 없이, 오늘밤에는 검술로서 자웅을 가리자.”
여부가 있겠는가.”

그와 같은 수작에 이어 두 장수는 군막 밖에 나가서 칼 솜씨를 겨루기 시작했는데, 그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칼은 보이지 않고, 부딪치는 불똥과 금속성만 눈을 부시게 하고 귀를 아프게 할 따름이었다. 나중에는 한 덩어리 눈부신 검광이 공중에 떠올라 어지럽게 움직일 뿐 사람의 모습마저 보이지 않았다.
기생은 무작정 따라나선 것이 여간 후회되지 않았다. 간이 콩알만 한 중에도 박엽이 제발 다치지 않게 해 달라고 하늘에 빌고 빌었다.
자칫하다가는 자기마저 돌아가지 못하고 험한 봉변을 당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한참 그렇게 칼바람이 일어나던 중에 쨍그렁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털퍼덕 땅 위에 떨어졌다.
자 어떠냐?” 상대자가 그렇게 물으며 땅 위에 내려섰는데, 기생이 들으니 박엽의 음성이었다.
내가졌소. 일찍이 장군의 명성을 익히 들었더니, 과연 명불허전이로군. 깨끗이 승복하리다.”
그 솔직한 태도가 마음에 드는구려.” 박엽은 그 장수를 일으켜 데리고 장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해 온 술과 안주를 내놓고 술판을 벌렸다.
두 사람은 언제 살벌한 칼부림을 했느냐는 듯 친구처럼 대화하며 술을 마셨다.
이윽고, 그 장수가 먼저 돌아갈 뜻을 비쳤다. 두 사람은 군례軍禮로서 작별인사를 했고, 그 장수는 말에 올라 먼지를 일으키며 부하들을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

사또 어른!” 기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 나오자, 박엽은,
아직 그대로 있거라.” 하고 교의에 올라앉은 그대로 눈을 감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잠시 후, 그곳을 떠났던 장수가 후줄근한 꼬락서니로 되돌아와 박엽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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