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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박승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2-05-19 17:43 조회2,1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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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이 이야기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젊은 종인들이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감히 몇 자 덧붙입니다. 신라 진평왕 30년(608), 계속되는 고구려의 침략에 견디다 못해 드디어 진평왕은 수나라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원광법사에게 수나라에 보낼 <걸사표(乞師表)>를 지을 것을 요구하였다. [참고: <걸사표>는 원병(援兵)을 청하는 표. 표(表)는 임금에게 올리는 글의 일종. 여기서는 수나라 황제에게 보내는 글] 이러한 진평왕의 명(命)을 받은 원광법사는 (깊은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 <求自存而滅他 非沙門之行也 貧道在大王之土地 食大王之水草 敢不惟命是從> 그 뜻은 대략 다음과 같다. <자신이 살기를 구하여 남을 멸하는 것은(求自存而滅他 구자존이멸타), 승려의 행동이 아니오나(非沙門之行也 비사문지행야), [참고: 沙門 = 범어의 sramanera를 음역한 것. 불도를 닦는 승려를 말함.] 빈도가 대왕의 땅에서 살고(貧道在大王之土地 빈도재대왕지토지), [참고: 貧道 = 승려가 자신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 여기서는 원광법사 자신을 일컬음. 大王 = 진평왕을 가리킴.] 대왕의 물과 풀을 먹고 있사오니(食大王之水草 식대왕지수초), 감히 명령대로 따르지 않으리이까(敢不惟命是從 감불유명시종)> 위의 글 속에는진평왕의 명에 따라 <걸사표>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원광법사의 깊은 고뇌가 서려 있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없애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륜(人倫)에도 어긋나거늘, 하물며 불도를 닦는 승려의 입장에서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는 문제라면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일까? 깊은 고민 끝에 내린 원광법사의 결론은 종교의 교리(敎理)보다는 국가의 안위를 우선시키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종교의 교리와 국가의 법령(또는 전통적 가치관)이 갈등을 일으키는 예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음을 본다. 그러한 일이 일어날 때 과연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물론,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또는 자신의 삶[生]을 위해, 남을 모해하고 때로는 죽음[死]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당연히 배척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 모두가 <求自存而滅他>를 불변의 생존법칙(生存法則)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 진지한 자세로 고민해 볼 문제가 아닐까? 위의 문제를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신 박동일 종인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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