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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좋은 글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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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서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3-28 10:26 조회1,762회 댓글0건

본문


> 시조와 선조에 대한 문제는 대체로 저의 의견에 동의하시는 것 같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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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족보와 세보에 대해 몇 마디 첨언하고자 합니다. 우선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서 사실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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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구분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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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과거에는 "다다"라고 말하던 것이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아주 연세 높으신 분들을 제외하면 "다다"라는 말은 쓰이지 않게 되고 대신 "카카"라는 말이 쓰이게 되었다고 합시다. 다시 말해서 "다다"는 폐어(廢語)가 된 것이지요. 예를 들어, 100이라는 수를 옛날에는 "온"이라고 했지만 오늘날에는 "백"이라고 합니다. 지금 "온"이라고 하면 고어를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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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똑 같은 (또는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두 낱말, 예컨대 "오찬"이라는 낱말과 "점심"이라는 낱말을 생각해 봅시다. 두 말할 것 없이 "점심"이라는 낱말은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흔히 사용하는 낱말입니다. 그러나 "오찬"이라는 낱말을 알고 사용하는 사람은 훨씬 숫자가 적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오찬"이라는 낱말은 위에서 언급한 "온"이라는 낱말과는 그 성격을 달리 합니다. "온"이라는 낱말은 폐어가 되었지만 "오찬"이라는 낯말은 비록 그 사용 빈도가 제한되어 있지만 폐어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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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제시한 대로 족보/세보를 구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은 바로 두번째 경우입니다. "족보"도 "세보"도 폐어가 아닙니다. 일반 대중의 인지도의 차이일 뿐 결코 어느 한쪽이 폐어가 된 것은 아니지요. 양자 모두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두 단어는 의미가 거의 같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족보"라는 말이 "세보"라는 말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말이란 원래 자주 사용하고 일상화되다 보면 거기에 따라 세속화의 과정을 밟게 된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화투판에서도 "족보"라는 말을 쓰니까 말입니다. 어떤 낱말이 세속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흥미롭게도 언중들의 머리 속에서 그 낱말의 격(格)이 낮아진다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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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령 청와대에서 외국 손님을 위해 베푸는 "점심"은 꼬박 꼬박 "오찬"이라고 합니다. 왜 이해하기 쉽고 널리 쓰이는 "점심"이라는 낱말을 사용하지 않고 "오찬"이라고 할까요? (좀 우스운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낱말의 격이 다르다고 생각하지요. 즉 "오찬"이라고 하면 뭔가 평범하지 않고 고상하고 격이 높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어느 의미에서 "언어의 허영"일 수도 있고 나아가서 "현학적"(衒學的)인 속물주의일 수도 있습니다만 현실이 그런 걸 어떻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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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보와 세보의 관계가 바로 이러한 범주에 든다는 것입니다. 다 같이 한자어이기는 하지만 "족보"는 일상용어가 되면서 세속화 과정을 거쳤으나(단, 임오보 때는 "족보"도 아마 세속화가 덜 되었겠지요) "세보"는 아직까지 그러한 세속화가 덜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격이 좀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줄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빈도는 "족보"라는 말이 훨씬 높지만 많은 씨족들의 실제 족보의 명칭을 보면 "세보"라는 말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런 곳에 있다고 판단됩니다. (아울러 조선 왕조 임금들의 족보인 선원계보기략(璿源系譜記略)을 선원록 또는 선원세보라고도 부르는데 아마 이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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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자신의 개인적 견해는 이미 밝혔듯이 어느 쪽을 사용해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초기에는 "족보"라고 썼던 것이 "세보"로 바뀐 것이라든가 압도적 다수의 가문에서 "세보"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를 좀더 고려해 보자는 것이 저나름대로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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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세보"보다는 "족보"가 훨씬 더 익숙한 용어인 것은 틀림 없으나 위에서 살펴본 바에 따라 조금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세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그야말로 족보와 같은 전통적인 전적(典籍)에는 더 어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 것입니다. 결정은 물론 대종중에서 하시겠지요. 한번 더 말씀드립니다만 "족보"이든 "세보"이든 큰 문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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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한글 전용 문제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 보도록 하지요. 저도 한글 사용에는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러나 한글 "전용"은 문제가 좀 있을 것 같군요. 우선 동명이인이 수없이 나타나게 될 것이고 옛 관직이나 행적 표현을 순전히 한글로만 표기하면 오히려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게 될 위험이 있을 것 같군요. 제 생각으로는 한자를 쓰되 필요한 경우 한글을 병기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가능하다면) 아주 어려운 내용일 경우 간략하게 한글로 설명을 붙이는 방법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앞 쪽의 서문 등은 현대적인 말로 번역을 붙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요. 그러나 족보/세보라는 것이 원래 과거 사실 기록이 주가 되므로 다소간의 보수적인 형식을 유지하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대에 따라 변화를 해야 하기는 하지만 과격한 변화는 어려울 것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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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세 승주 근서.
> 사과 말씀: 이 홈페이지에 올린 제 글들이 본의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는 듯하여 대단히 두렵고 또한 송구스럽습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좋으신 글 참으로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부족한 사람이 우리 종중 '반남박씨 종보'를 만들면서 바로 '세보'와 '족보'라는 용어의 선택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글 제목을 뽑아야 하는데 '반남박씨 세보'라 할 것인가, 아니면 '반남박씨 족보'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족보냐 세보냐의 역사성을 따졌더니 '족보'로 시작을 했었지만 경신보에서 '세보'라 표현한 것을 보고 왜 그랬을까?하고 우리말 큰 사전을 비롯한 여러 자료들을 살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 말 큰 사전을 근거로 '세보'라 결정을 하였습니다.

부족한 제 의견이지만 여기 저기 자료를 살핀 결론은 족보는 가승이나 파보, 보첩 등 세보까지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의미의 단어이고 세보는 한 종족의 시조로부터 후손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로 정리했습니다.

대동보(大同譜)라는 용어를 사용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우리말 큰 사전에는 없는 단어입니다. 대동보는 범박씨를 하나로 묶어 내는 것과 같은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임의로 사용하는 단어인듯 합니다. 그러나 한양조씨(漢陽趙氏)의 경우'대보'( '大譜' )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우리와 같은 세보를 '한양조씨 대보'('漢陽趙氏 大譜') 로 발간한 것을 봤습니다. 그러나 '대보'('大譜')라는 단어도 우리말 큰 사전에는 없습니다.

저도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두번 종보를 만들면서 선조들의 이름, 벼슬, 기타 조선조 사회에서의 특별한 용어를 제외하고는 한글편집을 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세보편찬에서는 좀 어려울 듯 합니다. '고뿔을 아십니까?'라는 의견을 주신 분의 글을 읽고 공감을 하면서도 족보가 중국 문화권의 영향이고 동명이인의 경우랄지 해서 한글 위주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해 봤습니다. 승주님의 글에 너무 감사해서 평소의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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