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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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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인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1-01-02 18:03 조회4,2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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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예의"라는 말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그 하나는 "禮義"이고 다른 하나는 "禮儀"이다. 전자(義)는 도덕적 성격이 강하게 풍기는 반면, 후자(儀)는 의식적(儀式的) 성격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의"를 이러한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도 둘을 엄격하게 구분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기로 한다.)

예의의 두 가지 측면, 즉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둔 측면과 인간의 생활 환경에서 야기되는 인위적 규범에 바탕을 둔 측면은 그 실행에 있어서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바탕한 예의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근간으로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도덕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제아무리 그럴듯하게 "도덕"이라는 모양으로 위장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에 있어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있다면 결코 예의라고 할 수 없다.

한편, 인간의 생활 환경과 관련되는 인위적 규범으로서의 예의는 도덕적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이러한 예의는 특정한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인위적, 제도적인 의식(儀式)일뿐 인간의 보편적 가치 체계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혼례, 제례 등의 방식은 특정한 집단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뿐 그것이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전자의 예의는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따른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은 반면, 후자의 예의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약자를 배려하고, 고운 말을 사용하며, 타인을 친절하게 대하는 등과 같은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에 결혼식을 어떤 방식으로 치르느냐 하는 것 등은 옛날과 지금이 다를 수 있고, 때로는 집단(사회)에 따라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위에서 이미 지적하였듯이 의식(儀式)의 의미를 갖는 경우의 예의는 도덕적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제사상을 차릴 때 "대추는 동쪽에 놓고 밤은 서쪽에 놓는다"는 규정은 도덕적 규범이 아니다. 그 반대로 놓았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만약 현재의 규정이 시대적 변화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규범이기 때문이다.

망자(亡者)에 대한 예의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 하나는 육신(肉身)에 대한 예의요, 다른 하나는 정신(혼령)에 대한 예의이다. 망자의 육신에 대한 예의는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한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죽은 육신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를 가(加)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면에 망자의 혼령에 대한 예의는 다분히 의식적 행위이다. 망자에 대한 사모과 존경이 전제된다면, 예컨대, 절을 두번 하느냐, 세번 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식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의식이 시대적 변화나 환경적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죽은(亡) 자의 편에서든, 산(存) 자의 편에서든,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거나 파괴할 위험이 있는 예의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성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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