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자수
  • 오늘1,116
  • 어제801
  • 최대1,363
  • 전체 308,150

자유게시판

피징관에 대하여

페이지 정보

승모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0-05-25 21:33 조회3,982회 댓글0건

본문

피징관에 대하여

찬승 종인께서 올리신 아래 글에서 종중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들을 말씀해 주셔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중에서 “피징관”과 관련된 말씀이 계셨는데 아마 수개월전 어떤 종인께서 질문을 올리신 후 몇몇 분들께서 토론을 했던 문제를 언급하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찬승 종인께서 올리신 글 중에 피징관 관련 부분입니다.


피증관은 우리집에 전해 내려오는 책에서도 보았고 문헌록에도 에도 있고 80년대 판관공파 도유사 용준 씨 깨서 만든 고양 덕동 실기에는 설명까지 되있는데도 우리것도 살피지 않고 남에게묻고 별소리를 다하는 우(愚)는없어야 합니다


사실 “
피징관(被徵官)”이라는 말은 그리 쉽게 들어볼 수 있는 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어대사전에도 나오지 않고, 한한대사전에도 “피징관”이라는 용어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맨 처음 질문하신 종인께서도 역사와 종중사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고 계신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역사를 전공하신 분들께 문의도 해 보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답이 없으니 게시판에 질문을 올리신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문헌을 다 뒤져 볼 수도 없는 일이니 질문의 형식을 빌어 대종중 게시판에 글을 올리신 것을 “남에게 묻고 별소리를 다하는 우(愚)”라고 나무라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옛 성현들께서도,
모르는 것을 남에게 묻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고 했고, 또한 속언에도 “등에 업힌 손자한테서도 배운다.”고 했으니 모르는 것을 묻는 행위를 나쁘게 생각하실 것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에서 “피징관”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한 예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被徵ㆍ被徵召ㆍ被徵之人ㆍ被徵之士” 등의 용례는 몇몇 문헌에서 발견됩니다. 따라서 “피징관”은 “조정(朝廷)의 부름[徵]을 받은[被] 관원[官]”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被徵”이라는 말이
반남박씨 자료에서 최초로 사용된 용례는 1683년에 간행된 계해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被徵”이라는 말에 “官”자가 붙어서 “被徵官”이라 쓰이게 된 것은 1766년에 간행된 병술보 부터입니다. 그 이후의 을유보(1825년 간행), 갑자보(1924년 간행) 등에서 계속하여 사용해 왔습니다. 또한 대종중의 태서 종인께서 밝히신 바와 같이 1972년 경북 영주에서 박승경(朴勝京) 종인께서 편집하시고 박승열(朴勝烈) 종인께서 발행하신 <潘南朴氏文獻錄>에서 “被徵官”으로 현석공(玄石公) 휘 세채(世采), 여호공(黎湖公) 휘 필주(弼周), 성암공(省菴公) 휘 필부(弼傅), 운창공(芸窓公) 휘 성양(性陽) 등 4분을 등재하였습니다. 이 4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모두가 문과(文科)를 거치지 않고 환로(宦路)에 오르셨다는 것과, 한 결 같이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의 직을 거치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징관”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비교적 명확해 진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 “피징관”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널리 쓰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 정사 자료에 “피징관”이는 용어는 발견되지 않고 우리가 흔히 많이 인용하는 전고대방(典故大方)에서도 “피징관”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경연관초선록(經筵官抄選錄)”이라는 제목을 붙여 놓았습니다. 이 경우에서 살필 수 있듯이 “피징관”을 “초선(抄選)된 경연관(經筵官)”이라는 말과 유사한 의미로 해석하면 큰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아무튼 “피징관”이라는 말 자체는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 아닌 것 같고, 역사 전공자들이나 고전 전공자들 중에도 그 말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모르는 것을 “남에게 물었다”고 해서 너무 나무라시지 않기를 청원 올립니다. (어쩌면 처음 질문 올리신 분께서 매우 무안해 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모르면 남이든 남이 아니든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을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이번 경우에도 처음에 질문을 올리신 분 덕택에 많은 사람들이 “피징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더불어서 선조님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끝으로 찬승 종인님의 폭넓은 섭렵에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