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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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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관리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0-04-22 09:33 조회6,2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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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한식
   작성자 : 요섭


   글자 크기 : 보통/크게/가장크게
작성일 : 2010-04-15 오후 2:25:57   

途中寒食(도중한식)
- 宋之問(송지문) -

馬上逢寒食(마상봉한식)
途中屬暮春(도중속모춘)
可憐江浦望(가련강포망)
不見洛橋人(불견낙교인)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김영봉 번역 해설>

말 위에서 한식날을 맞이했으니,
나그네길 가는 중에 늦봄 되었네.
애석케도 강 포구를 바라보자니,
낙교(洛橋) 위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네.

한식에는 성묘를 하는 풍습이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식 무렵이면 조상의 묘가 있는 고향에 머문다. 그래서 어쩌다 한식날 타향에 떠돌게 되면 더욱 향수(鄕愁)를 진하게 느끼고 그런 감상을 시로 많이 남겼다.

송지문은 당나라 초기의 유명한 시인인데, 정치적으로는 권세에 빌붙어 출세가도를 달리다 몇 번씩 귀양살이를 하는 등 행적이 별로 안 좋은 인물이다. 이 시는 귀양살이 가는 중에 한식을 맞아 멀리 서울 낙양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는 작품이다.

옛날 서당에서 한시 배우는 필독서로 ‘당음(唐音)’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 시는 그 첫머리에 실려 있다. 그런 만큼 옛 사람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익숙하였다. 다만 ‘당음’에는 4구짜리인 ‘절구(絶句)’로 실려 있으나 원래는 뒤에 4구가 더 붙어 있는 ‘율시(律詩)’이다. 뒷부분은 귀양가게 된 신세 한탄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였는데, 무슨 연유인지 전반부만 독립되어 실렸다.

이 시와 관련해서 옛날부터 재미있는 일화가 전한다. 백곡(栢谷) 김득신(金得臣)은 17세기의 문인인데, 머리가 좋지 않아 책을 수천 수만 번씩 읽어서 외운 것으로 유명하다. 어느 봄날 한식 무렵 말을 타고 가다가 좋은 시 한 구절이 떠올라 입으로 중얼거리며 다음 구절을 생각하였다. 아무리 해도 좋은 표현이 없어 끙끙거리는데 말고삐를 잡고 가던 하인이 대뜸 기막힌 구절을 읊는 것이 아닌가. 김득신은 그 하인이 너무나 대단하게 보여 “네가 나보다 나으니 내가 말고삐를 잡고 네가 말을 타야겠다”고 하였다. 김득신이 처음 읊은 구절은 ‘馬上逢寒食’이었고 하인이 이어서 읊은 구절은 ‘途中屬暮春’이었다. 김득신은 ‘당음’에 실린 첫 작품이라 어려서부터 수없이 외웠던 시인데 자신이 생각해낸 표현인 줄로 착각한 것이다. 하인이야 시 공부한다는 사람들이 천자문의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루 황…’처럼 만날 읊어대는 구절이니 뜻도 모르고 따라 했을 뿐이고.

■어구 풀이

途中: 길 가는 중. 나그네 길 중.
逢: 만나다. 당하다.
屬: 계절이 어느 때에 해당하다.
可憐: 애석함. 안타까움.
江浦: 강 가의 포구.
洛橋: 중국 낙양(洛陽)의 낙수(洛水) 위에 놓인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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