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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한 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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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관리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0-04-22 09:14 조회3,6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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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한 옛날에
   작성자 : 춘서


   글자 크기 : 보통/크게/가장크게
작성일 : 2010-04-12 오후 7:36:07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장터의 지물포점에 경사가 생겼다.

맏아들이 드디어 결혼을 한 것이다.

지아비를 일찍 보내고 청상과부로 금이야 옥이야 키운

귀한 아들에게 배필을 찾아준 것이다.

살림집과 가게가 같이 붙어 있어, 세 사람이 번갈아

가게의 손님을 받기도 하였고 오순도순 잘 지냈다.

이 부분은 외교적인 내용이었다.

실제로는 아주 견디기 힘든 지옥도가 날마다 벌어지고 있었다.

단아하고 공손한 며느리가 가족이 되었기에

이웃들의 덕담과 아들의 편안한 웃음은 보기도 좋았으나

오직 시어머니만은 묘하게 비뚤어진 심성이 더욱 사나워졌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모진 말로 구박을 하는 것이었다.

그 부당한 트집에 아들이 황당하여 마누라를 거들었다가

"고약한 며느리 때문에 착한 아들까지 다 버렸구나."하면서

얼마나 울고불고 하였던지 그 후로는 모른 척 하였다.

며느리가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응하여도,

바람기가 있다는 식으로 막말을 하였고, 아무리 맛있는 반찬을 하여도

음식솜씨가 형편없느니 친정에서 무얼 배웠느니 하며 타박을 하였다.

가까운 이웃이며 일가친척들에게도 끊임없이 흉을 보았다.

며느리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워,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남편은 그저 무기력하게 좀만 참아 보라구하며 외면을 하였다.

"일부종사[一夫從死]"가 절대명제인 시대가 아닌가.




며느리는 불면에 시달렸고, 얼굴은 날이 갈수록 창백해졌다.

그리고 어느 날 새벽 오랜 망설임 끝에 단호하게 결정을 했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 어둑어둑 하였지만 길을 나섰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 빈손이었다.

어차피 내일 아침은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마을의 동구를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 으슥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이미 해는 높이 떠올랐고 험한 산길은 인적이 어디에도 없었다.

불면으로 밤을 지내고 이렇게 험한 길을 걸으니 피곤이 몰려왔다.




산마루 큰 바위 곁에 있는 암자에서 노스님이 나오셨다.

이 며느리의 하소연을 다 들은 다음에 이야기하셨다.

"아! 참으로 고약하고 몹쓸 시에미로구나.

그런다고 이렇게 무작정 목숨을 버리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느냐.

착한 남편은 얼마나 남겨진 세월이 괴롭겠는가.ㅣ

네 시에미가 소갈증[당뇨]이 있다니 내 복수의 방법을 알려주마.

일 년 삼백 육십 오일을 오직 시어머님에게 맛있는 것으로 대접을 하여라.

이 복수는 정당하기 때문에, 절대로 사악한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되니

참으로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하여야 되느니라.

그럼에도 불고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이 암자로 오니라."

이 며느리가 잠깐 쉰다는 것이 그만 잠이 들었는데

한 노스님이 나타나서 복수의 현몽을 하여준 것이다.

그 길로 며느리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복수를 시작하였다.

계절이 세 번 바뀔 무렵이 되어서야....갑자기 이상해졌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참으로 감동할 정도로 귀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시어머니 생일상이라 많은 하객들이 참석하였는데

"우리 며느리가 참 복덩어리야. 아! 나는 정말 행복하다니까."

이 집의 아들도, 어머님이 있어도 슬그머니 포옹을 하여도

"너희들의 정분이 좋아야 손주도 볼 것이 아니냐."

하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두 사람만의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이 가족은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는 옛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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