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자수
  • 오늘203
  • 어제1,165
  • 최대1,363
  • 전체 308,402

자유게시판

사촌(四寸)

페이지 정보

no_profile 종원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0-01-14 16:35 조회3,889회 댓글0건

본문

며칠 전 이성형이라는 분께서 현재 일반인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호칭 문제를 지적하시는 글을 이 게시판에 게시하신 바 있다.
그 분의 의도는 짐작할 듯하지만 이미 굳어진 호칭들은 원래의 의미로
되돌려 놓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보기로 하자.
이것은 사촌(四寸)형제자매들에 대한 호칭 문제이다.

나와 사촌이 되는 사람들은
(1) 아버지 (男)형제(백숙)의 자녀들,
(2) 아버지 (女)자매(고모)의 자녀들,
(3) 어머니 (男)형제(외숙)의 자녀들,
(4) 어머니 (女)자매(이모)의 자녀들로 구분될 수 있다.

먼저 (1)을 가리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즉 "종(從)형제자매"들이다.
한자어 '從'은 '버금'을 나타내는 것으로 '형제자매'(2촌)의 버금으로 '종형제자매'(4촌)가 된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이 경우에는 '從'자 앞에 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굳이 붙이려면 '친(親)'자를 붙일 수는 있겠다.

(2)의 경우는 '從'자 앞에 '姑'자를 붙여 '고종사촌'형제자매라고 한다. 즉 고모(姑母)의 아들/딸들을 가리킨다.

(3)의 경우는 특이하게도 '從'자를 빼고 '外'자를 붙여 '외사촌'형제자매라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시 말해서 일반적으로 '외종사촌'이라고는 하지 않고 그냥 '외사촌'이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4)의 경우는 잘 알려져 있듯이 '從'자 앞에 '이(姨)'자를 붙여 '이종사촌'형제자매라고 한다. 즉 이모(姨母)의 아들/딸들을 가리킨다.

위의 지칭에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1)의 경우, 종형, 종제, 사촌형, 사촌동생(아우)이라는 말은 있지만 '종사촌'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아마 '從'이 곧 '사촌'을 나타내기 때문에 중복 표현하지 않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3)의 경우도 (1)과 같은 방식으로 '종'과 '사촌'을 겹쳐 쓰지 않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외종사촌'이라는 표현은 거의 쓰는 일이 없고 그냥 '외사촌'으로만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2)와 (4)의 경우에는 오히려 (3)의 경우와 반대인 것 같다. 즉 '고종사촌'을 '고사촌'이라고는 하지 않으며, '이종사촌' 역시 '이사촌'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즉 "갑과 을은 내외종(內外從)간(間)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외종'은 무슨 뜻일까?

한한자전(漢韓字典)이나 한한사전(辭典)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내형제(內兄弟)를 '내종형제(內從兄弟). 외삼촌의 아들(외사촌)'로 풀이하고
외형제(外兄弟)를 '고종사촌형제. 고모의 아들'로 풀이해 놓았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대부분의 국어사전에는
'내종=고종'으로 '외종=외삼촌의 자녀'로 풀이하여
위의 한한자전이나 사전의 풀이와는 정반대로 되어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이것은 바로
'외(종)형제'는 원래 '고모의 아들'을 일컫는 말이었고
'내(종)형제'는 원래 '외삼촌의 아들'을 일컫는 말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외(종)형제'의 '外'자가 '외가(外家)'의 '외'자로 혼동되어 '외삼촌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변해 버렸고,
거기에 따라 '내(종)형제'는 '고모의 아들'로 둔갑(?)한 예라고 판단된다.

문제는
현대 한국인들 중에 '내외종'이라는 말을 옛날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옛날식 전통에서 본다면 오늘날의 호칭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것을 본래의 뜻으로 되돌리려고 아무리 노력해 봐야 결국은 무위로 끝나고 말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옛날로 되돌려 놓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인간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만든 전통도,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도
결국은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변할 수밖에 없다.
'내외종'은 이러한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추기: 대가족제가 붕괴하고 소위 '핵가족'이 된 세상,
그리고 아들보다는 딸이 더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세상에서
내종, 외종의 구분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으며
당숙이니 종고모니 하는 호칭들이 과연 사용되기나 할까?
모르긴 하지만 아마도 그런 용어들은
'고어사전'에서나 찾아 볼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