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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할머니가 해준 얘기, 동화로 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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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한가람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9-04-06 07:53 조회3,7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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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할머니가 해준 얘기, 동화로 쓰고 싶어"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장편동화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박완서씨 "내 손주가 여섯인데 소설가 할머니라고 그 아이들 자랄 때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지요. 모두 장성해서 지금은 막내 손자가 고3이에요. 내 손주들은 이제 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이야기 할머니 노릇을 하고 싶어요." 소설가 박완서(78)씨가 장편동화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어린이작가정신)를 냈다. 《부숭이는 힘이 세다》(2001) 이후 8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장편동화다. 박씨는 "동화는 〈자전거 도둑〉을 비롯해 주로 단편을 썼는데 모처럼 장편을 쓰기 위해 아이들 세계를 취재하며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말했다. '빠보'(바나나 보트), '당근이지'(당연하지)처럼 초등학생들이 즐겨 쓰는 유행어와 은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소설의 주인공인 복동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빠와도 헤어져 이모 집에서 살았던 초등학생이다. 소설은 복동이 필리핀 여자와 재혼해 미국에서 새 가정을 꾸린 아빠와 다시 만나 살며 겪는 다문화 가정 체험담이다. 어머니를 잃은 소년이 새엄마와 사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마음도 성숙해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허위의식과 소수자인 여성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지적해 온 작가의 쓴소리도 함께 들린다. "우리 사회는 오래도록 빈부와 학력·지역·성별로 갈라져 반목해 왔어요.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피부색 차별까지 생겨나고 있어요. 심각한 것은 그런 차별을 해소해야 할 어른들이 더 못되게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자라나는 아이들만큼은 그런 차별 의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나라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복동의 새엄마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데리고 재혼했다. 아빠와 새엄마 사이에는 딸도 태어났다. 피가 전혀 섞이지 않고 피부색도 다른 엄마와 남동생, 그리고 배다른 혼혈 여동생. 복동은 '이상한 가족'을 만든 아버지가 싫었다. "아버지의 가족은 아버지의 가족일 뿐 나의 가족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124쪽) 그러나 복동은 다문화 가정 체험을 통해 자신이 '낯섦'을 '미움'과 혼동했음을 깨닫는다. 귀신의 집에 놀러 간 복동은 "이런 곳에서는 조금 무서워하면서 소리를 질러줘야지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해"라고 말하며 일부러 비명을 질러대는 새엄마를 좋아하게 된다. 복동이네 다문화 가정의 무대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설정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미국에 간 복동이는 미국 사회의 주류 어린이들이 낯선 동양 소년에게 가할지 모를 차별에 노출된다. 새엄마가 데려온 동생이 복동에게 적대적인 반면, 아빠와 새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동생은 복동을 잘 따르는 것도 차별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설정이다. 38선 이북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난 작가는 이번 동화 출간을 계기로 옛이야기 정리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을 내가 할머니가 된 지금도 많이 기억하고 있어요. 건강만 허락된다면 그 시절 들었던 이야기들을 동화로 정리해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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